더블린 집 구하기

서유럽 국가에서 살게 된다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 집 구하기.
집 구하는게 뭐가 어렵냐고요…? 왜냐면 집이 많지 않고 집을 구하는 사람은 많거든요…ㅎ
나도 실제로 오기 전까지는 얘기만 들어봤지, 이렇게 많은 고생을 하게 될지 몰랐다. 그리고 집을 구한 이후도…
일본에서 살았을 때엔, 처음 유학생 신분으로 갔을 때는 학교가 보증을 서주기도 하고 내가 간 학교 만인지, 모든 학교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학교가 유학생들을 위해 계약을 한 부동산이 있어 집을 구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졸업을 하고 이사한 후에는 소득 증명이 되어도 보증인이 필요하대서 조금 곤란한 상황이 있기는 했지만,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 친구나 일본인 친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곳은?
매물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을 뿐더러, 가격이 어떻든 쉐어하우스든 렌트든, 매물 마다 적어도 2-30명은 보러 온다.
그럼 내가 준비되면 괜찮지 않을까? 정답은, 대체적으로 아니요.
나 이만큼 돈 모았고(은행+주식 계좌 증명서 모두 첨부) 앞으로 이만큼 벌거야(고용 계약서 제출).
> 이 돈을 월세에만 쓴다는 걸 증명 가능해?
> 그래도 직장 매니저 보증이 필요해.
> 월세의 2.7배 이상의 세후 수입이 필요해. (아파트 전체 렌트에 3,000유로였던 집, 같이 구한 사람들 중 나만 정규직 근로자, 세후 월급 8,100유로 = 1,300만원이요…?ㅎ 대충 계산하면 세전 170,000유로 = 2억 7천만원 정도의 연봉이 필요하다. 그 연봉이면… 호텔처럼 룸서비스도 되는 원베드룸에 혼자 살지 않을까요…?)
뷰잉 후 연락이 와서 진행이 되는 건가 싶어도, 별의별 의심을 받고 요구를 받는다.
물론! 집 연식(하우스냐 신축 아파트냐)과 부동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집을 구하며 생긴 이야기들은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고, 먼저 아일랜드 집 종류를 소개해본다.
아일랜드 집 종류
우선, 아일랜드에서는 보편적으로 다프트(daft.ie)에서 집을 구한다.
아래에 보이는 것처럼 집을 구매하거나 팔 수도 있고, 렌트를 하거나 쉐어하우스를 찾을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 구하는 집은 크게 쉐어하우스 / 스튜디오 및 원룸 / 하우스 및 아파트로 나눌 수 있다.
쉐어하우스
쉐어하우스(Share)는 말그대로 집을 쉐어하는 것. 렌트이긴 하지만 법적으로는 렌트라기보다는 서브렛(subletting) 개념에 가깝다. 집주인이 갖고있는 집의 공간을 나눠서 개인간의 거래로 방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고, 서브렛이 허용된 집에서도 개인간의 거래로 비는 방을 내놓거나 빌릴 수 있다.
스튜디오
스튜디오(Studio)와 원룸(정확히는 1 Bed 1 Bath)도 말 그대로 혼자 살 수 있는 집이다. 한국의 자취방과 동일한 개념이다. 거실 과 부엌, 침실 공간이 함께 있느냐, 분리되어 있느냐의 차이이다.
하우스 / 아파트
하우스(House/Townhouse)는 유럽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비슷한 건물이 쭉 늘어진 단독 주택이고, 아파트(Apartment)는 한국처럼 단지까지는 아니어도 고층으로 지어진 비교적 신식 건물을 말한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하우스가 아니면 대체적으로 다 아파트라고 부른다.
나는 현재 2 Bed 2 Bath 하우스를 빌려,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부동산과 Joint Tenancy Agreement(공동 계약)를 맺고 거주하고 있다.
더블린 행정 구역과 치안

먼저 더블린은 우편번호 기준 행정 구역이 1~24까지 나눠져 있다. 더블린 2에 살고 있다면 우편번호는 D02 XXXX로 구성된다.
더블린 중앙을 흐르는 더블린의 한강, 리피강(River Liffey)를 중심으로 북쪽은 홀수, 남쪽은 짝수로 이루어져 있다.
시티 센터(City Centre)라고 불리는 곳은 리피강 근처인 더블린 1의 남쪽, 더블린 2의 북쪽 근방이다.
행정 구역과 치안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북쪽은 비교적 위험하고 남쪽은 비교적 안전하다. 사실 아일랜드 자체가 유럽 나라 중에서는 치안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하기는 해서, 북쪽이라 해서 강력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일랜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10대 청소년들에게 소매치기를 당했다거나, 계란이나 맥주캔을 맞는 등…의 이야기는 종종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게 좋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는 대마초가 불법이긴 한데(그냥 다 피는 것 같고), 시티 센터 가까이에 가면 대마 냄새가 간간히 나기 시작하고… 들은 얘기로는 특정 북쪽 주거 지역으로 가면 동네 전체에서 대마 냄새가 난다고 한다.
물론 남쪽에서도 더블린 8, 10, 12의 리알토(Rialto), 크럼린(Crumlin), 드림나(Drimnagh) 등의 일부 지역은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조심하는게 좋다. 아일랜드에 온 직후 단기방을 그 근처에 구해서 지냈는데 실제로 비행 청소년같은 친구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기도 했고, 회사 동료들은 대부분 남쪽에 사는데 그 근처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서 증언도 들었기 때문에…!
아래는 아일랜드에서 주로 쓰는 배달 음식 앱 딜리버루(Deliveroo) 기사님들이 만든 위험 지역 지도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오른쪽 위 확장 버튼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다.
내용 상 노랑<빨강<검정 순으로 위험한 지역인 것 같고, 각 지역을 누르면 스페인어로 상세하게 지역별 특징이 적혀있다.
자세한 내용은 theirishroadtrip의 기사 Dublin Areas To Avoid: A Guide To The Most Dangerous Areas In Dubli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쉐어하우스 싱글룸 더블룸 평균 월세

쉐어하우스도 방이나 거주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로 올 경우 주로 구하는 일반적인 조건의 쉐어하우스로 정리해본다.(직접 살아본 경험은 없지만, 올라오는 거래를 틈틈히 살펴본 조사 결과…)
먼저 이 글에서 적는 ‘시티센터 근처’라는 표현은, 정말 시티센터이거나, 시티센터에서 도보로 40분 이내, 버스로 20분 이내의 지역을 가리킨다. 또한 보증금은 쉐어하우스든 렌트이든 보편적으로 1개월분의 월세다.
싱글룸 더블룸은 말그대로 싱글 베드가 들어갈 사이즈, 더블룸은 더블 베드가 들어갈 사이즈의 방이다. 물론 침대 이외의 여분 공간은 있다.
일반적인 조건으로 싱글룸+화장실 쉐어로 구할 경우 시티 센터에서 버스로 40분~1시간 이상 떨어진 곳이면 700~800유로(한화 110만원~128만원) 정도로 구할 수 있다. 시티 센터에 가까워지면 900유로(145만원 가량)이상으로 올라간다.
더블룸+화장실 쉐어로 구할 경우에는 위 조건에 각각 +100~200유로가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돈을 절약하고 싶지만 시티센터 가까이 살고 싶고, 정말 잘 곳만 필요하고 프라이버시는 필요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트윈룸(더블룸 쉐어)를 고려해볼 수 있다. 말그대로 호텔 트윈룸처럼, 더블룸에 싱글베드가 2개 있어 룸쉐어,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는 방식이다. 보통 아파트/하우스에서 더블룸 방 하나+화장실 하나를 쓰는 경우 시티센터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1,300~1,400유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인당 6-700유로로 시티센터 근방에서 거주할 수 있다.
스튜디오 및 원룸 평균 월세

스튜디오 혹은 원베드룸은 시티센터 근처일 경우 일반적으로 1,400유로(한화 220만원)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한국 자취방보다 열악한 환경이다…ㅎ 시티센터 근처에서 한국에서 살던 것처럼 완공 10년 이내의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한 방을 구한다면, 평균적으로 1,600유로-2,000유로(한화 250만원~300만원 이상) 정도이다.
시티센터에서 버스로 2-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아주 가끔 기적같이 900~1,200유로 정도의 스튜디오 매물이 올라오기는 하는데, 한국 자취방처럼 깔끔하게 꾸민다면 일단 초기 비용부터 1,000~2,000유로정도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우스 및 아파트 평균 월세

1년 이상 장기로 거주할 사람은 보통 하우스메이트 혹은 파트너/가족과 함께 하우스나 아파트를 구한다.
보통 2 bed 2 bath로 시티센터 근처일 경우 지역에 따라 일반적으로 2,400~3,200유로 정도이다.
물론 시티센터 근처 중에서도 치안과 접근성이 가장 좋은 지역+홈오피스, 파티용 키친, 헬스장 등 공용 스페이스를 모두 갖춘 아파트라면 4,000(한화 640만원)유로 이상 넘어가기도 한다.
나는 이 경우로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하우스를 구했고 하우스 전체 렌트비는 2,700유로(한화 430만원)다. 남쪽에서도 안전한 지역이고, 시티센터까지 도보 30분 이내로 갈 수 있다. 완전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크기의 아파트로 구한다면 최소 3,000유로(한화 480만원)정도는 필요하다.
하우스메이트와 거주 조건+월 100유로 가량의 빌(공과금)까지 생각해서 1,500유로 이내로 구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하우스가 가장 적절한 조건이었다.
빌 제외 월 1,500유로(한화 240만원)을 내지 않는 이상,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우선 순위 조건 중에서 위치가 중요한가, 시설이 중요한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는 3,000유로 가까이 되는 집을 구할 경우, IT회사 개발자 등 고연봉자, 주거를 우선시하는 커플 등 더블린에서도 구할 수 있는 하우스메이트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음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일 등의 뒷일을 생각하면 매우 골치가 아파진다. 특히 여성일 경우, 고연봉자가 많은 IT 업계 특성상, 같은 여성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건 너무나도 힘들기 때문에…(새 하우스메이트를 구할 때 다프트를 통해 유로 광고를 올렸는데, 4-50통의 메일 중 싱글 여성 지원자는 단 한 분밖에 없었다.)
따라서 정말 성격과 뜻이 맞고 장기 거주할 하우스메이트가 아닌 이상, 돈을 조금 더 내서라도 원베드룸을 구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바다를 좋아해서, 더블린 근교 바닷가중 가장 예쁜 호스(Howth)나 브레이(Bray)에 반해서 바로 다프트를 켰지만 역시나 바닷가는 부촌. 더블린 센터나 다름없이 2 bed 2 bath를 구할 경우 2,800유로 이상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재택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뜻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살고 싶다…
집 계약 절차

집 계약 절차는 쉐어하우스를 구하는가, 집 전체를 렌트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쉐어하우스
쉐어하우스는 다프트에서 쉐어 탭에서 찾거나, 한인분들은 더블린 한인 단톡방에서 다음 렌트할 사람을 찾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메일을 보내면 뷰잉 제안 메일이 오고, 뷰잉+간단한 인터뷰를 통과하면 입주 제안 연락을 받는다.
실제로 구해본 적은 없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하고 키를 받을 때 보증금과 월세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주인 중 보증금을 미리 받는 경우가 있다. 생각해보면 집주인도 사람이 들어오기로 해놓고 당일에 잠수를 타면 엄청난 월세 손해이기 때문에 미리 받는 것도 당연히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이면 또 당연한 게 아닌가…싶긴 하다.
그래도 아일랜드는 부동산 계약을 해본 경험으로… 법적으로 한국 만큼 서류상 절차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진짜 제멋대로임.) 미리 보증금이나 월세를 요구한다면 유의하고 검색을 하거나 정보를 요구해 기록을 남겨놓거나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사기를 당했다는 일이 종종 보인다.
렌트
렌트일 경우 99% 다프트를 통해 집을 빌릴텐데, 이 경우는 사기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단지 사기인가 싶을 정도로 일처리는 정말 못한다… 내가 공인중개사 일주일 공부하면 이 나라에서 중개 수수료로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ㅎ
어쨌든 렌트일 경우 보편적으로 뷰잉>서류 작성+제출(재직 증명서, 월급 명세서, 랜드로드 레퍼런스 등)>합격(?ㅎ) 통지>보증금+월세 입금>키 수령 및 입주 절차로 진행된다.
집 계약 꿀팁
짧은 거주 사이 하우스메이트가 바뀌며 다프트에 유료로 광고를 게재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팁을 적자면…
- 글을 잘 읽자. 작성자에게는 기본적으로 메일에다가 연락처(번호)를 공개할지 안할지 선택할 수 있다. 메일은 디폴트라 공개한 것 뿐인데, 글에 메시지를 우선으로 연락하라고 했는데 메일로 연락이 오면, 읽을 수는 있어도 내 글을 읽지 않구나 하고 넘길 가능성이 높다.
- 자기 소개를 하자. 보통 간단한 자기소개를 보내달라고 한다. 내용을 읽으면 누구는 자기 소개+집 관련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는 반면 ‘안녕. 집 아직 available 해?’라고만 연락이 온다. 비교적 조금은 비싼 조건에서 다프트에 게시한 당일부터 5일 간, 40통이 넘는 연락을 받았다. 아직 사람을 찾고 있는지 아닌지, 일일이 연락할 시간은 없다.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도, 그냥 작성해 놓은 자기 소개를 보내자. 후보에 들 수 있다.
- 추가적인 얘기도 괜찮다. 위와 이어지는 내용인데,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달라고 했지만, 추가적인 설명이 있으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나는 몇 살이고, 어디에서 왔고 집을 구하는 중이다.’보다, ‘지금은 학생이지만, 일을 했어서 어느 정도 여유 자금이 있다, 증명 가능하다.’ 혹은 ‘학생이지만 어디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렌트를 내는데 문제가 없다.’라는 설명이 훨씬 안심이 된다.
- 조건에 대해 얘기하자. 집주인에 따라 ’10시 이후에는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홈파티는 금지’ 등 조건을 적어놓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조건에 동의한다면, 자신도 그 조건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적으면 좋다.
결론으로 얘기하면, 상술한 바와 같이, 3-40통이 넘는 메일을 받아 후보는 많기 때문에, 엄청나게 궁금한 사람이 아닌 이상 메일을 주고받으며 알아갈 시간은 사실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첫 메일에서 대부분의 정보와 인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같은 경우는 메시지 내용+조건을 정리해서 1차 정리를 하고 미리 우선 순위를 정한 후 뷰잉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자신이 집주인일 경우 어떤 연락을 받았을 때 호감이 갈지 생각하여 작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아일랜드 거주 한인분들 모두 좋은 집을 찾기를 바라며…!